
조영탁 사장(이하 Publisher) 리더는 다른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영향력을 행사해서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갖습니다. ‘리더’라는 뜻에 꼭 맞는 분이시자, 또 살아있는 리더십의 교본이 오 총장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오늘 이 자리는 인터뷰라기 보다 리더십 특강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만큼 총장님의 리더십을 한 수 배워가고자 합니다. 먼저 총장님께서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이신데 육사를 지원하게 된 배경이 남달랐던 것으로 압니다.
오명 총장(이하 오 총장) 당시 사회적 배경을 설명한다면, 군대는 민간보다 앞서 갔습니다. 고급장교가 되기 위해서 미국을 최소 2~3번은 다녀와야 했는데, 단순히 미국을 다녀왔다는 경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선진 교육을 통해 의식 자체가 앞설 수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당시는대학도 제대로 된 수업은커녕 한 학기 내내 데모만 하다 끝나기도 했고, 전자공학과에도 박사 출신의 교수가 없을 만큼 열악했습니다. 그러나 육사는 이에 비해 많은 부분들이 앞서 있었어요. 제가 경기고교 재학 시절 새로 부임하신 김원규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강하게 동기부여가 됐지요. 그 분이 하신 말씀은 ‘육사는 나라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학교’라고 것이었습니다. 학자가 되거나 좋은 기업에 취직하고 싶다면 서울대를 가고, 국가를 위해 무언가 해보고자 한다면 육사에 가라는 교장 선생님 말씀을 듣자 제 가슴에서 잠자고 있던 열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역사의 현장에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돕고 싶은 마음, 열정만으로 육사를 진학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동참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컬러TV 시대 연 미래형 리더
Publisher 성공을 좇지 말고 열정을 좇는다는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낸 것 같은데요. 위대한 리더가 되기 위해 대의를 좇아야 한다는 것을 새기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평소 총장님께서는 ‘리더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은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얻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압니다. 이에 대한 계기나 동기가 있습니까. 오 총장 리더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그것을 파악하는 것은 잡지를 비롯, 책을 보는 데에서 많은 것이 얻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강조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책만 붙잡고 있다고 해서 미래를 보는 눈이 저절로 생기거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또,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생기게 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오고 가는 말 속에서 다른 무언가를 잡아낼 수 있는 예리함이 리더에게는 있어야 하지요. 우리나라는 1980년부터 정보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있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어요. 80년대 정보화 물결이 밀려올 때 적극 동참해 IT 선진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어요. 통신에서 시작된 기술개발이 많은 분야에 파급되면서 세계 제일의 IT인프라, IT선진국이 된 것입니다. 반면에 일본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잃어버린 10년이 온 것입니다. 정보화 시대를 흐름을 읽지 못하고 안일하게 있다가 불행한 10년을 맞은 겁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하며 미래를 바라보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리더의 가장 기본이자 중심이 됩니다.
상하로부터 오는 신뢰
Publisher 총장님께서는 과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길에 있어서 전자공업 육성 정책 등을 수립해 입안, 단계별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셔서 접근하셨던데요. 오 총장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미국 카터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하겠다고 해서 국가 방위가 중요하게 여겨지다 보니 대포, 탱크 등을 만들기 위한 중공업 중심으로 발전했어요. 전자산업의 핵심인 컬러TV를 만들 능력이 있었지만 시판이 허용되지 않았고, 방송국도 장비를 갖추고 있었지만 방영할 수 없었어요. 농어촌에 흑백TV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시에서 컬러방송을 하는 것은 국민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철학 때문이었지요. 미국과 일본은 이미 컬러TV에서 VTR 시대로 가고 있었는데 우리는 흑백TV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컬러TV 수출은 허용하면서 시판을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고, 그 중요성을 계속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컬러TV 시판을 관철시키자 가전 업체들의 앞잡이라는 말까지 들었지요. 컴퓨터를 통해 새로운 사회가 온다는 것을 1980년대부터 줄기차게 이야기 해왔는데 이것의 흐름을 무시하고 아무도 듣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위치는 어디에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정확하게 트렌드를 읽고 행동으로 나타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어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서 인내심을 갖고 새로운 정보들이 섞여 들어오는 것을 잘 포착했을 때 시대 흐름을 잘 읽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Publisher 컴퓨터 등 30년 발전 등 빛나는 성과 뒤에는 항상 총장님께서 계셨던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총장님은 ‘일을 참 잘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가 과거 경력을 찾아보니 체신부 차관 역임시 TDX(국산 전자교환기) 개발 관련 연구비로 240억 원을 투자하는 등 과감하게 밀어 부치는 통 큰 의사 결정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사사로운 정이나 저항, 투기, 루머 등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껏 추진하는 것이 리더에게는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이러한 힘의 원천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요. 오 총장 ‘리더십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꾸어 대답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리더십이라는 것은 자기가 재주를 부려서 아랫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또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도 없고요. 혹, 그렇게 보인다고 해서 속마음까지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비전과 목표가 같고, 진심으로 아랫사람들을 아끼고 높이 평가해 줄 때 비로소 리더를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 더욱 리더는 몸을 낮춰서 상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요. 이럴 때 비로소 추진력이 생기게 됩니다. 앞장 서서 밀고 나가는 것은 조직원들이 할 일입니다. 현대전에서는 장수가 칼을 들고 앞장서서 나아가는 것보다 병사들이 싸울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어야 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사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생각을 같이 하고, 그들이 소신대로 밀고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것, 그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조직원들이 합심하여 움직이기 때문에 힘이 생기는 것인데, 이것을 간과하고,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반대 하던 사람도 계속 설득하고 충분한 교감을 한다면 반드시 통하게 마련입니다. 행정전산망을 구축할 때도 일부 교수들의 반대가 엄청났어요. 하지만 오히려 직원들이 그들을 설득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니 반대자들도 공감대가 생기면서 힘이 한군데로 모아지더군요.
→ 산업화 초기 시절, 오 총장은 8년 동안 체신부 장차관을 지내며 한국 정보통신 혁명의 기틀을 닦았다. 전전자교환기(TDX), 4메가 D램 반도체, 슈퍼미니컴퓨터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세계적 IT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쌓았으며, 행정전산망을 구축하고, 서울올림픽에서 성공적인 정보통신 지원으로 세계 주목을 받았다.
Publisher 존경받는 공무원 순위에서도 항상 1위셨고, 많은 임명권자들에게 선택을 받아 오셨습봅니다. 상사와 부하 양쪽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례적입니다. 업무적 성과와 대인관계가 원만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힘든 일인데 상하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비결이 있습니까. 오 총장 저는 절대로 무리한 일은 안 했어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도 충분한 설득과 공감대를 형성한 후 서로 합의가 되는 일에 한해서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안이라 해도 분열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점차적, 점진적으로 한 단계씩 발전해나가는 것이 구성원과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어요. GDP의 27%를 갈등 해결에 사용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니 심각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이러한 갈등 고리를 끊고 그 골을 메워야 해요. 저는 새로운 조직의 수장으로 가게 되는 경우 조직의 전통을 존중해줬고, 전임자가 수행하던 과업은 이어서 해나갔어요. 그것을 바탕으로 제가 하고자 하는 새로운 일들을 플러스 시킨 거지요. 무리한 성장이 아니라, 점진적 성장, 그래서 그것이 제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무리수를 두지 않았습니다. 조직원들과 컨센서스(consensus), 즉 공동체 구성원의 일반적인 동의를 구한 후 업무를 진행했어요. 정보화 사회로 가면서 굉장히 과격한 변화를 이룬 것처럼 보여지지만 제가 체신부 차관 시절 1년 동안 간부들과 세미나와 토론회를 통해 교감을 이루도록 노력했어요. 미래 사회를 향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죠. 그로부터 1년 이후 2000년대에는 정보가 중요한 사회가 될 것이며 컴퓨터 통신 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앞서가는 체신부로 박차고 나아가도록 자신감을 심어줬어요. 말단부처라 생각해오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고 ‘2000년 플랜’을 가장 먼저 내놓으면서 다른 부처들을 리드하게 됐지요. 그러면서 조직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비전을 공유, 한마음으로 나아가게 된 것입니다.

Publisher 천천히 가는 것 같아 보여도 결국 빠르게 가는 지름길이 바로 조직원들과의 신뢰와 화합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 총장 큰 배의 방향을 한꺼번에 무리하게 돌리려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조금씩만 돌려도 항해 전체에서는 아주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조직의 전통을 살리고 전임자의 것을 이어받아 현재 직원들의 능력과 상황에 맞춰 가능한 것부터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는 듯 보여도 나중에는 훨씬 빠른 실행력과 성장을 가져옵니다.
미래를 움직이는 힘, ‘자긍심’
Publisher 총장님의 저서 《30년 후의 코리아를 꿈꿔라》에서 보면 애국심과 자긍심 고취에 대한 부분이 참 많이 나오는 듯합니다. 애국심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있어 새로운 미래에 굉장한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국가의 힘은 국민들의 자부심, 자긍심에 달려있다고 할 만큼 국력이 튼튼한 나라는 애국심이 강한 나라입니다. 국가에 대한 믿음이 살아있는 나라가 위대한 나라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저력, 자긍심 등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오 총장 제가 최근 중남미에서 터키까지 8개 국가를 방문했는데 대통령을 모두 다 만나고 왔어요. 이것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큽니다. 해외 많은 나라들이 IT 협력을 요청해오고 있어요. 이것을 통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실익도 얻을 수 있어요. 한국의 IT 발전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정상들이 제게 만남을 요청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1980년대 IT 발전을 주도한 저에게 무엇이든 듣고 발전할 방법을 모색하고 만나려는 것이지요.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야심 찬 IT분야 정책을 보면 2012년까지 미국 각 가정에 100Mbps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거예요.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이 부분을 달성한 지 오래거든요. 미국이 100Mbps를 달성할 때는 우리는 아마 1Gbps 서비스를 하게 될 겁니다. 더 이상 우리는 약소국이 아니에요. 북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어떤 것이든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저력을 갖추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세계 제일의 IT 인프라를 갖고 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그에 걸맞은 마인드로 무장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ublisher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정의해주신다면요. 오 총장 진정한 리더십은 아랫사람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와 부드럽고 온화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합니다. 한편으로는 3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는 큰 비전으로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소신대로 밀고 가는 추진력과 명분이나 체면보다는 논리와 효율에 따라 움직이는 과학적인 사고도 큰 몫을 합니다.
무한한 창의력에 도전한다

Publisher 총장님께서 수행하셨던 과업 중 1993년 대전 세계 엑스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기폭이 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오 총장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었지만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바로 <93 대전 세계 엑스포>입니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지요.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최초로 세계 엑스포를 유치해 세계박람회기구(BIF)의 국제 공인을 받아야 하고, 많은 나라를 설득해 참가 유치를 해야 했어요. 세계엑스포조직위원장 제안을 받았을 때는 앞이 캄캄했어요. 제로베이스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제 전문 지식보다는 과학, 기술, 문화, 예술 등 모든 것을 총망라하는 무한한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행사였어요. 제겐 낯설었다고 하는 표현이 오히려 맞을 겁니다. 엑스포는 올림픽보다 더 많은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조직위원장은 외교적 능력을 포함한 통합의 리더십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개발도상국이 올림픽은 개최할 수 있지만 엑스포는 어렵다고 하는 말들이 그래서 나온 거지요. 그런 과제에 대한민국이 처음 도전한 것입니다. 과연 내가 이 어려운 국가적 사안을 맡을 적임자인지 신중하게 고민했지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Publisher 좌절보다는 희망을 보신 듯한데, 그 힘이 무엇입니까. 오 총장 이 때 저를 일으켜 세운 것은 ‘신념’이었습니다. 역사에 영원히 남을 금세기 우리나라 최고의 행사에 도전하고 싶은 의욕이 강하게 일어났어요. 내 모든 것을 바쳐서 하겠다는 각오로 모든 걸 걸었습니다. 당시 경제 상황도 어려워 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불가능했고요, 엑스포에 대한 우려가 늘어가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임무를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공적으로 치러냈습니다. 엑스포 사상 최대 108개국 유치와 관람객 1400만 명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축제를 만들었지요. 러시아로부터 우주정거장 미르의 실물 모형을 옮겨오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 역시 실무자의 아이디어로 성공적으로 옮길 수 있었고, 짧은 기간에 엑스포 상징물인 한빛탑 건립 등은 ‘한국인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더불어 2012년 여수에서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도 차근차근 잘 준비해서 우리나라의 발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성공적인 대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대전엑스포는 1993년 3조 원 이상의 생산성과 20만 명 이상의 고용창출로 침체된 한국 경제에 큰 파급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기술개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의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오 총장은 세계박람회기구(BIE)로부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골드메달을 수여했다.
Publisher 얼마 전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쏘아올렸는데요, 우주개발 진흥법을 만드시고 한국 최초 우주인을 선발하는 등 우주 개발의 초석을 다지셨던 분으로서 어떻게 보셨습니까. 오 총장 한마디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을 우리 로켓에 실어 우리 땅에서 올려 보낸 것입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지요. 성공이냐 실패냐, 한국 책임이냐 러시아 책임이냐를 논하기 보다 한 번 더 발사해서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진국의 경우도 첫 번 발사가 성공한 확률은 27%라고 합니다. 첫 번째 발사에 완벽한 성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인지도 몰라요. 오히려 국민 모두가 격려해주고 용기를 줘야지요. 나로호 발사에 참여해온 우리 과학기술자들은 2003년 나로우주센터 건립 때부터 참여해 가족과 생이별한 채 오로지 나로호 발사에만 매달려왔어요. 발사가 연기될 때마다 쏟아졌던 곱지 않은 시선에 마음고생도 컸을 것이고요. 이명박 대통령께서 현장에 직접 내려가 과학기술자들을 격려한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우주 개발은 선진국으로 가려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수순입니다. 1960년 국민소득 78달러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이제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잘 사는 나라가 되어 선진국들의 각축장인 우주개발에까지 참여하게 됐으니 너무나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요.

Publisher 건국대학교의 수장을 맡으시면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건국대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재상은 무엇인지요. 오 총장 연구 중심의 대학, 전문교육도 중요하지만 결국 대학은 ‘사람’을 만드는 곳입니다. 제 임기 중 건국대 학생은 확실히 ‘사람’이 됐다는 것만큼은 꼭 인정받고 싶어요. 풍부한 소양과 교양의 단단한 기초 위에 학문을 세워 어디에서나 환영 받는 수준 높은 지성인을 양성하고 싶습니다. 특히 건국대 출신들은 조직에 융합을 잘하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인재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건국대학교에 대한 평가 역시 ‘잘 가르치는 대학, 교양과 인성이 풍부한 건전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대학’으로 거듭나도록 해야겠지요. 대학이 연구도 중요하지만 교육 내실화는 더욱 중요합니다. 연구 역량 강화와 더불어 교육 프로그램의 내실화를 강조하고 있어요. 제가 최근 한 글로벌 금융회사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올해 초 신입사원 선발 때 면접을 해보니 건국대생들이 참 인성이 좋고 훌륭하더라. 그래서 예년보다 4배나 많은 수의 건국대생을 뽑았다’고 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인성교육을 통해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다 보면 성공이라는 개념도 재정립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축구경기처럼 모두 한 골대, 한가지 성공의 모습만 보고 달려가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골대를 10개 이상 만들어 각자 개인의 골문이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Publisher 인성을 기르고 교양을 강화하는 건국대만의 특별한 프로그램들이 무엇입니까. 오 총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입니다. 2007년 첫 개설한 이 강좌는 2009년 이번 학기부터 인문, 기술, 예술문화, 사회, 과학, 미래사회와 공학 등 6개 분야로 나눠서 한 학기 3개 테마로 16주간 총 100개 강좌를 개설하는 등 커리큘럼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인문, 기술, 예술문화 3개 분야에서 100개 강좌를 개설해 1주일에 학생들이 3개 주제 중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전 학문 분야에 걸쳐 다양한 주제로 최고 전문인을 강사로 초청, 매주 새로운 주제별 특강을 제공합니다. 휴넷에서도 강의 동영상 제작에 도움을 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국대만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 정착과 함께 과 같은 교양 프로그램을 통한 인성과 교양교육의 지속적인 강화, 인문·자연계 혼합한 자율전공학부의 내실화, Best teacher 제도 지원, 공학·건축학·경영학 등 학문 분야별 인증 사업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통해 학교의 기본 기능 중 하나인 ‘교육의 내실화’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Publisher 오 총장님의 생활신조는 무엇입니까. 더불어 조직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은 무엇인가요. 오 총장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말을 항상 생각하며 생활합니다. 이 말은 우리에게 여유를 갖게 하고 과욕을 경계하게 합니다. 최인호 소설의 <상도>에 계영배(戒盈杯)의 교훈도 잊지 않고 살려고 합니다. 계영배는 술이 어느 정도 차오르면 술잔 옆의 구멍으로 모두 새도록 만든 ‘생각이 깊은’ 술잔입니다. 70%까지 찰 때는 그대로 있는데, 80%로 넘어가면 술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리지요. 이름 그대로 경계할 계, 찰 영, 잔 배, ‘넘침을 경계하라’는 것은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라는 지혜를 주는 것입니다. 말하고 싶은 것의 70%만 말하고, 갖고 싶은 것도 70%만 갖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욕심을 덜 부리면 그만큼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앞서 계속 얘기해온 것이지만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생각에서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의견은 반영하고, 성공하면 그 공을 나누는 겸손함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더불어 ‘똑게이론’도 깊이 세기고 있어요. 리더는 똑똑하되 적당히 게을러야 한다는 것이 똑게이론입니다. 리더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우수한 사람을 쓰면 됩니다. 부하로 하여금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리더가 올바른 리더입니다.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일들이 시대적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개선되는 것이 당연하듯, 내부 개혁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오 총장은 현재 몸담고 있는 건국대에서도 건국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부 강연과 다양한 활동에 비중을 둔다. 교내 업무는 큰 가닥만 잡아나가는 것이다. 자율과 책임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조직이 움직이도록 한다. 자율과 책임이 바로 오 총장의 리더십 스타일이다. 분초를 쪼개 뛰는 총장, 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뛴다. 마치 큰 강의 표면은 고요하나 수면 속에서는 소용돌이 치면서 흐르듯 내부적으로는 조직원들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Publisher 더불어 이 시대를 이끌어온 리더이자, 선배로서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지요. 오 총장 사회 생활을 시작하려는 젊은이들이 패배 의식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맨 땅에서 눈부신 코리아를 일구어 낸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들보다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어요. 자기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적극적으로 일하며 응용해 나가야 합니다. 신념은 자부심을 부르고, 자부심은 사명을 부릅니다. 강력한 IT 기반과 첨단을 달리는 과학기술력, 한국인의 뜨거운 교육열이 있는데 두려워할 것이 없어요. 대한민국의 저력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희망을 읽어내시길 바랍니다. 30년 후 희망의 선진국, 세계의 중심 국가 대한민국을 만들어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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