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혜택

캠퍼스 휴넷 앱 설치안내

무료 문자메세지로 설치
QR코드 설치
네이버, 다음 어플로
QR코드를 비춰보세요.
  •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 작성자 곽숙철 조회 1736 등록일 2014-10-14



  •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한 사내가 시골의 한적한 버스정류장에서 내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골 버스는 시간을 제멋대로 늘여 답답했다. 자주 시계를 들여다보고 포도에 작렬하는 뜨거운 햇볕을 향해 가벼운 욕설을 내뱉었다. 이윽고 낡은 버스가 도착하고 사내는 재빨리 올라탔다. 사내는 자리에 앉아 차창의 커튼을 얼른 쳐버리고 후련한 듯 눈을 감고 그 시골을 벗어났다.
    그런데 그 버스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는 버스였다. 그러니까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오기를 내내 기다린 시간까지가 그 사내의 인생이었던 것이다.
    정류장 옆에는 해바라기도 피어 있었고, 접시꽃도 피어 있었고, 정류장 뒷편의 논에서는 벼들이 좁쌀 같은 벼꽃을 피워 메뚜기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는데 그는 보지 못한 것이다. 보따리를 든 할머니의 사투리 수다와 중절모를 쓰고 지팡이를 든 할아버지의 외출도 옆에 앉아 있었는데 시계만 들여다보느라, 햇볕에게 불평하느라, 돌아갈 일만 생각하느라 사내는 미처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림태주 시인의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에서 옮긴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부디 시 한 편 읽는 인생이기를 빕니다."라는 말로 매듭짖습니다.

    혹시 이야기 속 사내가 여러분 자신이 아닌지요?
    무작정 앞만 보고 내달리지 말고 순간의 삶을 소중히 여기시기 바랍니다.

    ◎ 이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1 '여긴 뭐 하러 온 거죠?':
    보러 가기
    ◎ 이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2 '왜 유명 요리사들은 죄다 남자일까?':보러 가기
    ◎ 이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3 '그저 매 회 한 줄 한 줄 정성들여 쳤지요':보러 가기


    *********************************************************************************************************************
    ◎ 지난 이야기는 CnE 혁신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insightinstory.com
댓글쓰기
등록
top